병든 뒤에 고치려면 늦고, 건강할 때 즐겁게 지키자는 게 요즘 MZ세대들이다. 이들에게 특히 중요한 건 ‘즐겁게’다. 코 막고 녹즙 마시기처럼 인내와 의지, ‘노오력’이 요구되는 기존 방식보다는 즐길 수 있는 운동과 식이요법이어야 한다. 그래야 작심삼일 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살게 될 세대가 상처뿐인 유병 장수를 피하려는 나름의 전략이다. 오래도록 돌봐야 할 건강, 즐겁게 챙기자는 뜻에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라는 말도 나왔다.
▷이들이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잡는 방법이 ‘함께’ 하기다. 같이 러닝하고 등산하고, 식단도 공유하는 소모임이 많다. 혼자 달리면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 되지만 함께 달리면 숨도 덜 차고 덜 지루하다. 그래서 더 자주, 더 멀리 뛰게 된다. SNS로 운동 기록을 공유하고, 패션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이런 것들이 운동할 동기를 북돋워 준다. 제로 칼로리에 각종 단백질 음료 등 식욕과 공존이 가능한 다이어트 식품도 많아졌다. 건강 관리를 장기적 가치투자로 보는 MZ세대들은 이런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건강이 최고의 재테크인 것은 나이가 들수록 분명해진다. 아프면 병원비, 간병비가 많이 들고 일을 할 수 없어 소득도 줄어든다. 병원에 묶여 있으면 사회적 관계도 서서히 끊어진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3.5세, 건강수명은 66.3세다. 평균 17년은 병과 함께 노후를 보낸다. 이 시기에 얼마나 덜 아프고, 더 움직이느냐에 노년의 행복이 달려 있다. 나이 든 몸을 지탱해주는 근육 1kg은 1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어 근육만큼 든든한 ‘연금’이 없다고도 한다.
▷요즘엔 고령자들도 건강 재테크를 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노인들이 함께 생활체육을 즐기는 서울시의 ‘7학년 교실’이나 실버 요가, 저염식 요리 교실처럼 일상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이들이 스스로 건강을 점검하거나 노화로 인한 장애를 줄일 수 있도록 ‘에이징 테크’도 발전하고 있다. 손목 밴드 하나로 혈압과 심박수를 실시간 확인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수면 중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질병 징후를 포착해 경고도 해준다. 노인들에겐 아직 낯선 기술이지만 갈수록 쓰기가 쉬워질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이처럼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하다가 큰 병을 얻는 부모들이 우리 주변엔 많았다. 요즘엔 의료비 부담과 노노(老老) 돌봄에 시달리면서도 자식들이 신경 쓸까 봐 내색하지 않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헬시 플레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이들에게 절실해 보인다.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건강 자산을 쌓아둘 수 있도록 고령자들이 즐길 수 있는 건강 관리법이 더 다채로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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