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심 속 건강 축제로 열린 건강박람회 ‘서울헬스쇼’에서 한국당뇨협회 부스에만 시민 2000여 명이 참여해 혈당 검사를 받았다. 이들 중 15%에서 당뇨병 기준에 가까운 혈당 수치가 측정됐다. 한국당뇨협회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한국당뇨협회는 23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한국당뇨협회는 의사, 환자 등 15만여 명이 회원으로 있는 당뇨병 관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환자 단체다. 당뇨병 관련 공개 강좌, 걷기 대회, 혈당 측정 캠페인, 당뇨병 캠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30년간 당뇨병 치료제 발달, 소아당뇨병(1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 현실화 등 많은 점이 개선됐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당뇨병’ 실태는 어떨까.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14.8%)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5명 중 2명은 당뇨병 전 단계 상태다. 결국 국민 2명 중에 1명 가까이(42%)가 당뇨병 위험에 놓여 있는 셈이다. 19∼39세 청년 당뇨병(2형 당뇨병) 유병률도 2010년 1.02%에서 2020년 2.02%로 2배로 늘어났다. 청년 당뇨병 환자는 37만여 명에 달한다.
문제는 혈당에 대한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본보 주최로 열린 ‘서울헬스쇼’에 참여한 한국당뇨협회 김성훈 교육콘텐트팀장은 “행사 참가자 대다수가 30세 이상이었고 그중 상당수가 당뇨병 고위험군임에도 정작 자신이 당뇨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자각을 하는 분은 많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혈당 한번 재보고 가시라’고 권유해도 ‘나는 당뇨병이 없다’며 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서울헬스쇼가 열린 3일 동안 2000여 명이 혈당 측정을 했고, 그중 15%가 당뇨병이 의심되는 측정 결과가 나왔다. 공복 시 혈당이 dL당 126mg, 식사 2시간 뒤 잰 혈당이 200mg 이상이면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요즘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건강 정보를 많이 접하는 현실이 되다 보니 당뇨병과 관련한 가짜뉴스도 많다. 당뇨병은 의학적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이지만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 ‘이것 먹으면 혈당 뚝 떨어진다’, ‘이렇게 하면 약을 끊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식의 식품 및 건강 정보가 자주 눈에 띈다. 그중에는 혈당 조절 효과가 미미한 특정 제품을 과장하거나 홍보하기 위한 상술인 경우도 많다.
협회는 당뇨 관련 가짜 뉴스를 최소화하려면 먼저 자신만의 주치의를 만나 꾸준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당뇨병학회 등에서 의사들이 출연해 의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정보를 전하는 ‘당뇨병의 정석’ 유튜브 채널을 참고하거나 ‘대한민국 면허를 소지한 보건 전문가 채널’ 인증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뇨병은 꾸준하고 성실한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특정 음식만 먹으면 관리를 소홀히 해도 되는 것 같은 오해를 조장해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을 희석시키는 SNS 정보는 눈감고 거르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당뇨병 환자가 됐다 하더라도 당뇨병 전 단계로 돌아갈 수 있다. 이를 당뇨병의 ‘관해’라고 말한다. 관해는 완치는 아니지만 특정 질병의 증상이 완화되거나 일시적으로 사라진 상태를 뜻한다.
특히 △40세 미만의 젊은 환자 △과체중인 환자 △복부 비만이 심한 환자들은 적극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 감량(최소 본인 체중의 10% 감량)을 하면 당뇨병 전 단계, 즉 당뇨병 약물 치료가 필요 없는 단계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환자 스스로 꾸준한 노력은 물론이고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많은 사람들이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당뇨병 예방 관리법을 알고 싶어 한다. 이는 마치 ‘힘들이지 않고 글쓰기나 영어를 잘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심리와 같다. 특정 식품으로 손쉽게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감량하는 기상천외한 마술 같은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체중을 급격하게 줄이는 주사제도 있지만 본인 생활 습관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금방 요요 현상이 오게 마련이다.
당뇨인 운동 모임인 ‘한마음 건강모임’의 엄순애 회장은 “달고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던 식습관을 바꾸는 데 6개월에서 1년은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당뇨병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유산소운동, 8000보 이상 걷기, 식습관 개선 등 생활 습관 변화이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그렇게 노력을 쏟아부은 하루하루가 모여 당뇨병을 극복하는 기본 틀을 쌓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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