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사진 왼쪽 첫 번째)는 지난 14일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부산·경남(PK) 지역 유세에 나서며 부산 부산진구를 찾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 가운데)는 1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청년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최혁중 기자 [email protected]
6·3 대선이 코앞인데도 주요 대선 후보의 정책 공약집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쯤, 국민의힘은 26일쯤 공약집을 발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결국 유권자는 빨라도 본투표 일주일 전에나 양당 후보의 공약집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재외투표(20∼25일)가 진행 중인데, 발간이 하루이틀 더 늦어지면 사전투표(29∼30일) 때조차 공약집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아무리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지만 역대 대선 중 공약집이 가장 늦게 나온 선거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우게 될 판이다. 지금껏 공약집 발표가 가장 늦었던 경우는 18대 대선으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대선 9일 전, 문재인 후보가 10일 전 공약집을 공개했다. 역시 조기 대선으로 치른 19대 때도 이번 대선보다는 나았다. 당시 홍준표 후보는 22일 전, 문재인 후보는 11일 전 공약집을 냈다.
양당은 꼼꼼한 자체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실은 각자의 정치적 계산 때문일 것이다. 지지율에서 앞서는 민주당은 당장 책잡히거나 논란 살 이슈의 여론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부자 몸조심’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경우 막판 후보 교체 시도까지 있었던 데다 여전히 ‘빅텐트 단일화’를 추진 중이어서 공약 준비는 뒷전에 밀린 분위기다.
후보자의 정책 비전을 담은 공약집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에겐 선택을 위한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도 공약집을 투표 직전에 내는 것은 사실상 국민 알권리 침해이자 ‘깜깜이 투표’를 강요하는 속임수나 다름없다. 이미 배포된 선거홍보물은 후보별 차이가 크지 않다. 한결같이 경제 복지 민생을 강조하고 ‘인공지능(AI) 3대 강국 진입’ 같은 구호조차 똑같다. 중앙선거관리위 홈페이지에는 후보별 10대 공약이 게시돼 있지만 그 역시 말잔치 수준이다. 여기에 TV토론마저 정책 대결은커녕 상호 비방전으로 끝나고 마는 게 현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취임한다. 12·3 비상계엄 이후 6개월의 국정 공백을 메우는 것도 벅찬데, 공약을 다듬고 정돈할 시간도 없이 미국과의 통상 협상 등 엄중한 과제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미 많이 늦었다. 정책 공약을 서둘러 제시하고 제대로 검증받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신뢰받는 국정 출발의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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