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전화
매주 네 차례 정기 방송
음악과 일기예보, 뉴스 등을 방송〉
O체신국에서 시험적으로
조선에도 ‘라디오’ 열풍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최근에는 사설 무선전화 설치를 당국에 신청하는 이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경성 시내에서만 허가를 받은 사람이 70여 명에 이르고, 허가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곳도 수백여 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체신국에서는 일반 무선전화 청취기 설치자들의 편의를 위해, 종전에는 일주일에 두 차례 낮 시간에 시험 방송을 하던 것을 변경하여, 매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일요일의 네 차례씩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반 동안 방송을 하기로 하였다.
체신국 내 방송실에서 기사, 일기예보, 음악 등 다양한 흥미로운 내용을 교대로 방송하며, 21일부터 일반 청취자들도 들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O청취 출원자
부산, 원산, 인천, 수원 등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청취 장비 설치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체신국에서는 현재 방송실에서 사용하는 집음 장치(소리를 모으는 장치)가 매우 불완전하고, 방송용 기계도 부족하여 이대로는 무선전화 애호가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당국은 방송 장비를 다시 설치할 방침으로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다. 얼마 전에는 도쿄에서 돌아온 포원(浦原) 체신국장이 시찰한 도쿄 방송국의 집음 장치와, 근등(近藤) 사무관이 시찰한 관동청 체신국 내 시험 방송실의 장비 등을 참고하여, 현재 체신국 방송실의 장비와 설비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또한 경성 시내는 물론, 원격지 청취 신청자들의 요구에도 응답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방송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예산만 확보된다면, 방송실을 현재 체신국 근처에 새로 짓겠다는 의향으로 모든 사항을 조사 중이다.
민간 측에서도 방송국 설치를 희망하는 자가 10여 단체나 되는 상황이어서, 당국에서는 이들이 하나로 연합해 재단법인을 설립한 뒤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특히 청취 신청자 중에는 일본에서 방송하는 것까지 듣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어서, 경성 방송국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실험적 의미로 일본 방송국의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일본 방송국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만 허가할 예정이며, 현재 일본 방송국과 협의 중이다.
O무허가 장치
허가 없이 장비를 설치한 사람에 대해서는 무선법 제16조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단속 인원을 각 반에 나누어 시내 전체를 순찰하며 무허가 장치 소지자들을 적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청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체신감리과에서는 ‘사설 무선전화 시설원(私設無線電話施設願)’이라는 신청 용지와 기타 절차에 필요한 내용을 인쇄하여 희망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O가정용 청취
장비 설치 방법과 기계 설비 등은 다양하다. 무선전화 청취기를 상점에서 완제품으로 구입하려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 일정한 가격은 없다. 직접 만들 수 있는 부분은 만들고, 못 만드는 것만 사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하면, 가정용 청취기는 불과 5~6원 정도에 설치할 수 있다.
기계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어 모든 것을 사서 남에게 의뢰할 경우, 가까운 거리의 방송을 혼자서 들을 수 있는 장비라도 15~16원에서 20원 정도는 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체신국에서 산촌정일(山村靜一) 씨를 통해 조립한 청취기 같은 경우는 귀에 대고 듣는 수화기 외에는 실비가 90전밖에 들지 않는다.
설비에 있어서는 수신용 공중선(안테나)을 높이 달수록 좋지만, 특히 가정에서는 그리 높게 할 필요 없이 지붕 위에서 전선 하나를 늘여서 설치해도 무방하다. 실내에 설치하는 청취기는 각 부품을 잘 맞추어 조립해두면, 기계에 특별한 고장이 없는 한
O영구적 비용 절감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조선에서도 외국처럼 민간 방송국이 설치되면, 청취기 설치자에게 약간의 청취료만 받고 들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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