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정원, 하루키의 숲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정원과 숲이 건네는 위로가 고맙습니다. 그곳에 깃든 계절의 감각과 인생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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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옛 도읍, 충남 부여. 고대의 기억을 끌어안은 부여의 골목길을 걷다가 어쩌면 역사보다 조용히 빛나는 풍경과 마주쳤다. 마을마다, 집마다 가꿔진 소박한 정원들이었다. 담장 아래 들꽃, 길가에 놓인 화분들…. 정성의 손길이 이룬 일상의 정원이었다.● 시간의 정원, 궁남지 궁남지(宮…
백제의 옛 도읍, 충남 부여. 고대의 기억을 끌어안은 부여의 골목길을 걷다가 어쩌면 역사보다 조용히 빛나는 풍경과 마주쳤다. 마을마다, 집마다 가꿔진 소박한 정원들이었다. 담장 아래 들꽃, 길가에 놓인 화분들…. 정성의 손길이 이룬 일상의 정원이었다.●시간의 정원, 궁남지궁남지(宮南池…
직사각형의 푸른색 천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가만히 보면 식물과 곤충의 형상이 섬세하게 들어있다. 버드나무, 등나무, 꽃매미, 노린재…. 벤치에 앉아 바람결과 햇빛을 느끼며 물을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수생식물원 남측 산책로에 선보인 …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느 영화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2025고양국제꽃박람회에 가보고서요. 1997년부터 열린 국내 원예박람회의 효시 격인 이 박람회를 아주 오래전에 가본 후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안다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알록달록…
눈 내리던 겨울날 정욱주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와 경기 양평에 있는 정영선 조경가(84)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정 교수가 “봄에 같이 황매산 가실래요”라고 묻자 정 조경가가 “그럼 좋지”라고 했다. 정 교수가 7년 전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주요 공간을 설계한 황매산을 정 조경가는…
눈 내리던 겨울날 정욱주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와 경기 양평에 있는 정영선 조경가(84)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정 교수가 “봄에 같이 황매산 가실래요”라고 묻자 정 조경가가 “그럼 좋지”라고 했다. 정 교수가 7년 전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주요 공간을 설계한 황매산을 정 조경가는…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로의 복합문화공간 겸 카페 레스토랑 ‘아유 스페이스’는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재벌집 별장이었다. “금남리 롯데 별장 가자”고 하면 웬만한 택시 기사는 다 알던 장소였다. 그곳이 2022년 12월 만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30년 넘게 유럽에서 독…
바야흐로 꽃 구경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조금 특별하게 꽃 추억을 쌓는 방법이 있답니다.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름의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입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202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아름다운 동행’ 스탬프 투어는 현재 44곳의 수목원과 정원에서 진행되고 있…
저들은 인생의 어떤 질문을 품었기에 고독하게 길을 걷는 것일까. 일본 시코쿠(四国) 남단 고치(高知)현에서 삿갓을 쓰고 걷는 순례자들을 보면서 궁금했다. 일본 근대화의 문을 연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6∼1867)의 고향이기도 한 고치. 그곳에는 햇살이 유리알처럼 반사되는 에메랄…
저들은 인생의 어떤 질문을 품었기에 고독하게 길을 걷는 것일까. 일본 시코쿠(四国) 남단 고치(高知)현에서 삿갓을 쓰고 걷는 순례자들을 보면서 궁금했다. 일본 근대화의 문을 연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6~1867)의 고향이기도 한 고치. 그곳에는 햇살이 유리알처럼 반사되는 에메랄…
한국의 산림녹화기록물이 1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 6·25전쟁 이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추진한 산림녹화 사업의 과정을 담은 공문서와 사진 등 9619건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 영향력이 있는 인류의 주요 기록이 선정 …
어제(4일) 서울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기상청은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왕벚나무 한 가지에서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면 ‘공식 개화’를 선언합니다. 2025년 4월 4일, 벚꽃은 시작했고 세상엔 어떤 ‘끝’이 선고됐습니다. 오늘은 식목일. 한 그루 나무를 심듯 일상도 다시 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었지만 봄은 잿빛입니다. 화마(火魔)가 집어삼킨 우리 숲을 생각하면 버드나무 가지처럼 마음에 눈물이 흐릅니다. 도깨비불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속수무책인지요. 겨울을 견딘 나무들이 꽃눈과 새잎을 터뜨리는 생명의 계절에 불길이 숲을 할퀴며…
#1. 똑딱똑딱. 전북 완주 아원(我園)고택 로비 겸 갤러리에 들어서자 물줄기가 명상 음악과 어우러지며 수조 위로 떨어졌다. 목탁 소리 같은 그 소리는 마음에 동그란 물수제비를 그렸다. 부드러운 빛이 수면에 내려앉기에 위를 올려다보니 지붕이 뚫려 있었다. 움직이는 지붕이라 이따금 눈과…
#1. 똑딱똑딱. 전북 완주 아원(我園)고택 로비 겸 갤러리에 들어서자 물줄기가 명상 음악과 어우러지며 수조 위로 떨어졌다. 목탁 소리 같은 그 소리는 마음에 동그란 물수제비를 그렸다. 부드러운 빛이 수면에 내려앉기에 위를 올려다보니 지붕이 뚫려 있었다. 움직이는 지붕이라 이따금 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