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일상, 현대인 건강 해쳐
일정시간 공복 상태 유지하면, 질병 유발 ‘쓰레기 세포’ 사라져
알래스카 순록 사냥 나선 저자… “불편함 견디며 인간 본성 회복”
◇편안함의 습격/마이클 이스터 지음·김원진 옮김/444쪽·2만2000원·수오서재
저자는 일부러 불편함을 체험하기 위해 오지인 미국 알래스카로 순록 사냥을 떠난다. 그곳에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추위와 배고픔, 따분함 등을 겪은 저자는 “알래스카에서의 힘든 경험과 새로운 도전이 엄청난 양의 ‘새로운 기억’을 선물했다”고 했다. 사진 출처 마이클 이스터 홈페이지
아침이면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한 방 안에서 눈을 뜬다. 걸을 필요 없이 차량을 타고 출근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단 몇 초의 지루함조차 곧장 지워버린다. 허기지기 전 시간에 맞춰 끼니를 챙기고, 퇴근 후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던진 채 스크린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생활 방식이다. 더위나 추위를 느끼는 시간은 짧고, 아주 잠깐의 무료함도 좀처럼 참지 않는다.
미국의 행동 변화 전문가이자 건강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편안함’으로 둘러싸인 이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과거 알코올 의존증에 빠졌던 그는 어느 날 술을 끊기로 결심한다. 따뜻한 이불처럼 일상을 감싸던 술의 위안을 내려놓고, 그동안 가려졌던 스트레스와 불안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그는 북극 알래스카, 부탄, 볼리비아 정글 등을 탐험하고, 석학과 스포츠 선수 등 수천 명의 건강 전문가를 만나 ‘불편함의 가치’에 대해 깨달은 내용을 책에 담았다. 그는 “지나치게 편안해진 현대인들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창의성까지 잃고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극한의 불편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기 위해 33일간 알래스카 오지에서 순록 사냥에 나선다. 당연히 여정은 험난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땅에서 맞닥뜨린 건 매서운 추위, 계속되는 배고픔, 씻지 못한 불쾌함 같은 원초적인 불편들. 통신조차 되지 않는 그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은 ‘순록을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야생으로의 귀환’을 택한 그는 오히려 생경한 설렘에 휩싸인다. “난생처음 가보는 산자락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기, 처음 보는 풍경과 처음 밟는 땅, 원 없이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는 언덕, 그리고 운이 좋으면 순록을 마주하는 일.” 낯선 환경에서의 도전은 잃어버렸던 인간 본연의 강인함을 서서히 되찾게 한다.
책은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 건강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도 전한다. 대표적인 예가 “배고픔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몸은 원래 ‘궁핍한 시기’를 견디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일정 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몸에 이롭다는 것. 연구에 따르면 식후 대사 작용이 끝난 뒤, 손상된 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는 ‘자가포식’ 과정이 활성화된다. 노화와 질병을 유발하는 ‘쓰레기 세포’가 제거되는 것이다.
흔히 ‘아침 식사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끼니’라고 믿지만, 저자는 여기에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한 달에 5일 정도는 하루 700Cal 이하로 먹거나, 24시간 간헐적 단식을 시도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가끔씩 24시간을 굶는 것이 인간에게는 오히려 정상적이고, 이로운 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일상 속 불편함과 마찰을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것. 거세된 불편함을 조금씩 되찾는 그 ‘작은 시도’들이야말로 우리 내면 깊숙이 잠든 야성을 깨우는 출발점이 된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도전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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