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email protected]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죄를 수사하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검찰 청사에 마련된 특별검사 사무실에 첫 출석해 대면 조사를 받았다. 오후에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조사자 교체 요구로 대면 조사가 중단됐으나 오후 4시 45분경부터 다시 재개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심야조사에 동의하면서 이날 조사는 자정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이나 특검팀은 심야 조사를 하더라도 하루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며, 추가 소환 조사를 예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4분경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고등검찰청 현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번에도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구해왔으나 결국 공개 출석을 받아들였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에 공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하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 “조은석 특검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만난 소감은?”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전 첫 대면 조사는 파견 경찰인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맡았다. 최상진·이장필 경감도 참여했다. 윤 전 대통령은 박억수·장우성 특검보와 약 10여 분간의 사전 면담을 가진 뒤 오전 10시 14분경부터 곧바로 본격적인 조사를 받았다. 통상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조사 시작 전 갖는 티타임은 진행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채명성·송진호 변호사가 입회했다.
특검팀은 서울고검 청사 6층에 마련된 조사실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에 적시된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혐의부터 조사했다.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경은 경찰과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와 계엄 직후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의 경찰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특검 “오전 조사는 잘 진행됐다…尹, 조사자 교체 요청하며 오후 조사 사실상 거부”
특검팀은 조사 시작 2시간 30분 만인 오후 12시 44분경 언론 공지를 통해 “오전 조사는 잘 진행됐다”고 밝혔다. 오전 조사가 끝난 뒤 윤 전 대통령은 조사실 옆 대기실에서 변호사 및 수행 인원들과 함께 청사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오후 조사에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조사한 뒤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과정도 물을 방침이었다. 김정국 부장검사(35기)와 조재철 부장검사(36기)가 국무회의 의결 및 외환 등 관련 부분을 조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점심 식사 후 대기실에서 조사실에 입실하지 않으면서 조사는 크게 지연됐다. 특검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오후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영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 특검보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조사 받지 않고 대기실에 있는 상황”이라며 “출석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email protected]윤 전 대통령 측은 오전 조사를 마친 뒤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피의자의 인권보장과 적법절차를 따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불법 체포 혐의로 고발된 박창환 총경이 신문을 담당하는 것은 부당하고 검사가 윤 전 대통령을 신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불법 체포’ 가해자인 박창환 총경이 피해자를 조사하고 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찰청은 “박창환 총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시 현장에 가지도 않았고, 2차 체포영장 집행시에는 김성훈·이광우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현장에 갔다”고 했다.
특검 “오후4시 50분경 조사 재개… 추가 소환 진행”
이후 특검팀은 이날 오후 4시50분경 조사를 재개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재개됐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이날 저녁 특검팀은 국무회의 의결 및 외환죄 혐의 등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의 거부로 체포영장 집행 방해 관련 조사는 재개되지 못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7시경 브리핑을 통해 조사하지 못한 부분은 곧바로 추가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자정까지 조사할 수 있는 심야조사에 동의했다. 하지만 박 특검보는 “오늘 중으로 조사를 마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이 동의한다 하더라도 오전 12시를 넘기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건강과 수사 집중도 등을 고려해 무리 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조사하지 못한 부분은 곧바로 추가 소환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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