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마세요” 故김새론 유작 ‘기타맨’ 30일 개봉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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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제작 이선정 감독 “고인과 약속 꼭 지키고 싶었다”

21일 영화 ‘기타맨’ 간담회에서 이선정 감독이 고 김새론 배우의 사진 앞을 걸어가고 있다. 뉴스1
21일 영화 ‘기타맨’ 간담회에서 이선정 감독이 고 김새론 배우의 사진 앞을 걸어가고 있다. 뉴스1
“오디션 보러 오셨구나!”

허름한 무대 구석. 긴 생머리에 청바지 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의 ‘유진’(김새론)이 환하게 웃으며 무명 기타리스트 ‘기철’(이선정)을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유진은 낮에는 아이돌 기획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인디 밴드 ‘볼케이노’ 키보디스트로 살아가는 인물.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기철에게 “꿈을 위해 산다는 거 멋지다”고 치켜세운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기타맨’은 올 2월 세상을 떠난 김새론 배우의 유작이다. 지난해 11월 촬영돼 최근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작과 감독, 기철 역까지 맡은 이선정 감독은 21일 간담회에서 “촬영할 때가 새론 씨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카메라만 켜지면 돌변했던 ‘천생 배우’였다”며 “편집 작업을 하며 새론 씨 얼굴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고인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영화를 개봉하게 됐다”고 했다.

사실 ‘기타맨’은 작품성이 높은 영화라고 보긴 어렵다. 젊은 여성인 유진이 중년 남성인 기철에게 연정을 느낀다는 설정도 제작진의 무리수로 보인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가득한 유진은 고인의 짧았던 연기 인생과 겹쳐진다. 극 중 기철이 유진을 위해 만든 곡(“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해. 난 아직 할 말이 많은데”)이나 유진이 기철의 꿈속에서 털어놓는 대사(“나 이제 가야 해. 혼자 가기 무서워”)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배우 김새론은 2001년 잡지 ‘앙팡’ 표지 모델로 데뷔해 2009년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영화 ‘여행자’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여행자’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 됐고, 고인은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최연소 한국 배우가 됐다.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 배우 원빈과 호흡을 맞춘 김새론은 어른들의 세계에 짓밟힌 소녀 ‘소미’로 분해 628만 명의 관객을 울렸다. 2014년엔 영화 ‘도희야’로 다시 칸에 초청받았다.

하지만 2022년 5월 음주운전이 적발된 이후 그의 인생은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걸어갔다. 작품이 끊기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동정보다 비난이 컸다. 2023년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은 여론 때문에 출연분이 대거 편집됐다. 지난해엔 연극 무대로 복귀를 시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품이 영화 ‘기타맨’이었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촬영을 마치고 약 3개월이 지난 뒤 만 25세에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유진의 밝은 표정은 팬들에게는 뒤늦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와도 같다. 영화에서 유진은 회사에서 ‘물망초’를 알뜰살뜰 돌본다. 한 동료가 꽃말을 묻자, 잠시 머뭇거리다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지으며 답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김새론#기타맨#김새론 유작#이선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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