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차고 다리 부었다고요? 당장 심부전 검사 받으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7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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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심장이 고장나 제 기능 못하는 병… 말기는 1년 내 사망률 50% 넘어
의심 증세 알아 두고 잘 살펴봐야… 누울 때 기침하고 체중 늘면 ‘경고’
약물-스텐트 등 원인별 치료 달라… 건강한 생활 습관이 최선의 예방
“아는 것보다 실천이 더 중요”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이 모든 순환기 계통과 심장질환의 종착역”이라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숨이 차고 다리가 붓거나 누웠을 때 기침이 많이 나오고 호흡이 힘들면 심부전을 의심하라”고 당부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이 모든 순환기 계통과 심장질환의 종착역”이라며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숨이 차고 다리가 붓거나 누웠을 때 기침이 많이 나오고 호흡이 힘들면 심부전을 의심하라”고 당부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60대 초반 남성 박기찬 씨(가명)는 몇 달 전 갑자기 숨이 찼다. 고혈압이 있었지만 약을 꾸준히 먹었기에 그게 원인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서너 달 만에 증세가 심해졌다. 숨은 더 차올랐다. 몸도 붓기 시작했다. 박 씨는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이찬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心不全) 진단을 내렸다. 원인은 심장판막에 있었다. 승모판막이 망가져서 혈액이 역류하고 있었던 것. 심장에 가해지는 압박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가 진단할 당시 박 씨 심장은 물풍선처럼 늘어나 있었다.

현재 박 씨는 이뇨제를 비롯해 여러 약물을 쓰면서 심장 기능을 살리는 치료를 받고 있다. 심장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판막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박 씨가 고혈압은 충실히 관리했지만, 판막 질환을 의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심부전이 악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 고령화로 심부전 환자 증가

심장은 매일 10만 회 이상 펌프질하며 혈액과 영양소를 온몸에 보낸다. 심장에 고장이 나면 펌프질도 잘 못하고 혈액과 영양소도 내보내지 못한다. 이것이 심부전이다. 심부전은 치료하지 않으면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악화한다. 말기 심부전의 경우 1년 이내 사망률이 50%를 넘어선다. 이 교수는 “모든 순환기 계통과 심장질환의 종착역이 심부전”이라고 말했다.

심부전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심근경색과 협심증이다. 심장벽이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 확장 심장도 심부전 원인이다. 대동맥판 협착이나 판막 질환도 심부전을 유발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심부전 환자는 크게 늘고 있다. 이 교수는 “70세 이상의 경우 10% 정도는 심부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 질병에 대한 일반의 이해도는 낮다. 관련 학회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이 ‘심부전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심부전 환자 절반 이상에서 심장 맥박이 불규칙한 부정맥이 발견된다. 부정맥은 심부전을 더 악화시키는,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들어 젊은 심부전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 교수는 “젊다고 해도 고혈압과 비만이 있다면 갑자기 심장에 과부하가 가해지면서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심부전이라고 하면 심장이 뛰지 않는 상태만 떠올린다. 아니다. 혈액을 내보낼 때의 심박출률(心搏出率)이 정상치의 50% 미만이면 심부전으로 진단한다. 간혹 심박출률이 정상인데 심부전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심박출률만으로 병을 진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외에도 여러 증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심부전으로 진단한다”고 말했다.

● 이런 증세 나타나면 위험

심부전이 의심되는 증세를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우선, 숨이 찬다. 오르막길을 걸을 때 특히 더 숨이 차다. 중간에 쉬지 않으면 언덕을 넘어가기 어렵다. 몇 계단 오르지 않았는데도 무척 힘이 든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숨쉬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정도까지 방치한다면 심부전이 상당히 심한 상태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증세는 폐질환이나 심리적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둘째, 다리가 붓는다.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장에서 가장 먼 부분에 있는 혈액을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력 때문에 혈액은 다리에 쌓인다. 이른바 울혈(鬱血)이 생기는 것. 처음에는 오래 앉아 있을 때만 다리가 붓는다. 잘 때 다리를 벽에 올리고 자면 부기가 빠진다. 점점 심해지면 손가락으로 정강이뼈 주변 살을 눌렀을 때 움푹 팬 부분이 복원되지 않는다.

셋째, 누우면 기침이 자주 나오고 호흡이 더 어렵다. 앉거나 서 있을 때는 증세가 덜 하다. 이는 심부전으로 인해 폐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폐 X레이를 찍어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물이 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누우면 중력에 따라 물이 폐 뒤쪽에 고이게 되고, 물이 차 있는 만큼 순환하는 산소량이 적기 때문에 기침을 자주 하게 된다.

심부전을 의심할 만한 증세는 더 있다. 목 부위 혈관(경정맥)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심장판막에 문제가 있거나 심장 자체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 순환이 안 되고 그 부위 혈관만 툭 튀어나오는 것.

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장의 점막이 붓기도 한다. 이 경우 장 기능이 심하게 떨어진다. 몸 안에 부종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체중이 늘어나는 것도 심부전 증세다. 심부전이 심하면 간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간부전이 온다. 이 경우 피로감이 너무 심해 움직이기조차 힘들어진다.


● 원인에 맞춰 치료

심장 펌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에 불필요하게 많은 체액이 몸에 쌓인다. 이 체액을 처리하려면 심장은 그만큼 더 무리하게 된다. 따라서 처음에는 심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몸에 남은 체액을 빼낼 수 있도록 이뇨제를 쓴다. 동시에 심장이 나빠지는 여러 이유를 찾아 그에 맞는 약물을 처방한다. 과도한 교감신경을 차단해 심장 박동을 늦추고 압력을 줄이면서 심장을 달래 주거나 혈압을 낮추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심부전 환자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건강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약을 끊으면 안 된다. 이 경우 50%는 6개월 이내에 다시 악화한다. 약을 꾸준히 먹는다면 20∼30%는 건강을 회복한다. 이 교수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나머지 환자들도 사망 위험을 줄이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치료 목표”라고 설명했다.

혈관이 좁아진 게 원인이라면 스텐트 시술을 하기도 한다. 판막이 망가졌으면 인공판막을 삽입한다. 심부전 말기에는 심장 기능을 대신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에크모라는 생명 유지 장치를 쓰거나 인공 펌프 비슷한 것을 넣어 이른바 인공심장 역할을 하게 한다.

심부전은 돌연사의 주범이기도 하다. 부정맥 중에서 심실세동, 심실빈맥 같은 치명적 질환은 발생 후 몇 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심실세동과 심실빈맥은 심부전일 때 4∼5배까지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를 막기 위해 심장이 멈췄을 때 자동 전기 충격을 주는 장치를 삽입하기도 한다. 3개월 이상 심부전 치료를 받았는데 심장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돌연사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이 장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 평생 생활 습관 관리해야

이 교수는 “암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반면 심부전은 생활 습관 영향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가령 심부전 환자의 80%가 고혈압을 앓고 있을 때,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고혈압 관리는 필수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고혈압을 방치했다가 심부전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50대 중반 남성 김석진 씨(가명) 사례를 들려줬다.

김 씨는 평소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별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에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 호흡이 곤란해지고 다리가 퉁퉁 부었다. 응급실에서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 보니 심박출률이 20%에 불과했다. 혈압도 180/110㎜Hg으로 상당히 높았다. 폐에도 물이 차 있었고 콩팥 기능도 50%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이 교수는 이뇨제, 혈압강하제, 심부전 치료제를 투여했다. 다행히 부기도 빠지고 체액량이 줄어들면서 혈압도 떨어져 김 씨는 1주일 후 퇴원할 수 있었다. 4개월 후에는 예전 건강을 되찾았다. 이 교수는 “결과는 좋았지만, 만약 김 씨가 평소 고혈압을 관리했더라면 응급 상황을 맞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평소 건강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혈압 외에도 관리해야 할 게 많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되 과식을 피하면서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은 매주 3회 이상은 하는 게 좋다. 담배는 끊어야 하고, 스트레스를 잘 다스려야 한다. 이 교수는 “이 예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실천에 있다. 아는 것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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