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뇌사자 이어 ‘심정지 환자’ 장기기증 허용 검토, 이식 대기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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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9월 ‘기증 활성화’ 계획에 반영
이식 대기중 사망 10년새 2배 증가
“기준 확대땐 장기기증 30% 늘듯”
“법률적 사망 정의 보완 법개정 필요”

정부가 뇌사에 이어 심정지를 기준으로 장기 기증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9월 발표하는 2차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2025∼2029년)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복지부의 ‘장기 등의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순환정지 후 장기 기증(DCD) 시행 5년 차에 현재보다 장기 이식이 887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도입 필요성을 권고했다.

뇌사는 심장이 뛰는 가운데 뇌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이고, 심정지는 심장이 멈춰 장기로 혈액 순환 등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장기 기증 기준을 심정지 이후로 확대하면 잠재 기증 환자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대상자도 늘어 장기 기증이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 정부, 심정지 후 장기 기증 방식 검토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기증 기준인 DCD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DCD는 심정지 등 순환정지 환자가 사망 이후 가족 등의 동의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장기 기증이 가능하지만 뇌사 판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기증할 수 없었던 환자 의사를 존중할 수 있다. 장기 이식 대기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진 사람은 2013년 1152명에서 2023년 2909명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판단 기준은 크게 5가지로 나뉘는데, 연구진은 ‘뇌사 상태가 아닌 환자가 가족 동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순환정지가 발생한 경우’를 가장 적합한 기준으로 판단했다. 연명의료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에 이르는 기간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이다.

장기 기증 기준을 기존 뇌사자에서 심정지 환자로 확대하면 장기 기증이 늘어 그만큼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현재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매년 10만 명 이상 증가하면서 투석을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년 2조 원 이상 쓰이고 있다.

● ‘연명의료 중단’ 취지 훼손 우려도

미국 영국 스위스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심정지 후 장기 기증이 도입돼 시행 중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는 장기 기증 방식이 뇌사보다 심정지가 더 많다. 뇌사 장기 기증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미국에서도 심정지 이후 장기 기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김동식 고려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뇌사자 장기 기증이 더욱 감소하고 있다. DCD 도입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대 의견도 나온다. 연명의료 중단이 아직 국내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에게 장기 기증까지 사회적으로 압박한다면 오히려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에 손을 대는 것에 따르는 생명윤리 문제도 부각될 수 있다. 장원배 제주대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현행 장기 기증법은 뇌사를 사망으로 간주하지만 법률적으로 사망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이식법에 따르면 뇌사의 경우 가족이나 유족 동의를 받아 장기 기증 진행이 가능하다. 다만 뇌사 중심으로 기증 절차 등이 규정돼 심정지 후 장기 기증을 도입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서 의원은 “장기 기증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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