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하늘속談]비행기 엔진 뒤의 톱날 모양은 왜 생겼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0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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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47-8 엔진에 장착된 톱날 모양 ‘셰브론 노즐’. 동아일보DB
보잉 747-8 엔진에 장착된 톱날 모양 ‘셰브론 노즐’. 동아일보DB
이원주 디지털뉴스팀장
이원주 디지털뉴스팀장
21세기 들어 새로 만들어진 보잉의 비행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톱날처럼 뾰족뾰족하게 디자인된 엔진 분사구다. 정확하게는 B787 기종과 B737 ‘맥스’ 기종, 그리고 B747의 최신형 기종인 B747-8에서 이런 모양을 볼 수 있다.

항공기 외형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단순히 ‘멋’만을 위해 추가되는 건 없다. 철저히 이유가 있다. 이런 톱날 모양 엔진 외형도 소음을 어떻게든 줄여보기 위해 고안됐다. ‘셰브론 노즐(Chevron Nozzle)’이라고 부르는데, 경쟁사 비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항공사나 엔진 제조사들은 계속 소음 감소 연구를 해왔지만 최근 수십 년간 눈에 띄는 변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1980년대 이후 민항기 엔진이 ‘터보팬’ 엔진으로 바뀌면서 소음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지금 여객기에 달린 거의 모든 엔진이 바로 터보팬 엔진이다. 그 이전에 주로 쓰이던 ‘터보제트’ 엔진과 비교하면 30dB(데시벨) 정도 소음이 감소했다. 귀를 찢는 전투기 소음이 지하철 소음 정도로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유럽의 항공당국들을 중심으로 이 소음을 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셰브론 노즐도 이런 배경에서 실제 비행기에 적용됐다.

엔진의 소음은 뒤로 강력하게 분출되는 배기가스가 주변의 공기를 찢어내면서 발생한다. 셰브론 노즐은 엔진에서 강력하게 분출되는 배기가스 일부를 한 번 뒤섞은 뒤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속도를 줄여 소음 원인도 함께 줄이는 방식이다. 비행기 진행 방향을 중심으로 뒤쪽 대각선 방향의 소음 감소 효과가 약 3dB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소음원에서 약 1.4∼1.5배 더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느껴지는 소음 수준이다.

그런데 이 셰브론 노즐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엔진의 크기와 출력 등을 정확히 반영해서 톱날의 크기와 개수 등을 설계하지 않으면 진행 방향의 바로 옆, 90도 방향에서는 셰브론 노즐이 없을 때보다 오히려 소음이 커질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엔진 바로 뒤에서 공기를 뒤섞어 소음을 줄이는 방식이 엔진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비행기가 앞으로 나가는 힘은 엔진이 뒤로 뿜어내는 배기가스의 힘이 얼마나 세냐에 좌우된다. 그러나 셰브론 노즐은 배기가스를 일부러 뒤섞어 배기가스의 속도, 즉 힘을 약간이라도 줄인다. 결국 보잉은 현재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B777의 최신 기종 B777X에 이 셰브론 노즐을 적용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엔진 소음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답은 과거에는 만들지 못했던 신소재에 있다. 최신 엔진은 배기가스가 분출되는 부분을 감싸는 소재를 벌집처럼 구멍이 많이 뚫린 ‘허니컴(HoneyComb)’ 구조의 소재를 써 소음을 감소시킨다. 또 엔진의 핵심부에 세라믹 소재의 부품을 장착해 엔진이 연료를 태우는 순간부터 소음 자체를 줄인다. 최근의 항공기술 혁신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비행기#엔진#소음 감소#셰브론 노즐#터보팬#허니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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