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거래 증가, 매매 수요 터지는 전조 시그널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6월 8일 09시 26분


코멘트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정비사업 순항한 서울 강동·동작, 경기 과천 1분기 전세 거래 30% 급증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뉴스1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뉴스1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이목이 쏠린다. 향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대출금리가 다시 안정되면 그간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샀던 대기 수요가 다시 움직일 것이다. 여전히 불투명한 현 부동산시장에서 중요한 점은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걷힌 후 즉각 매수가 이어질 대기 수요가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쏠릴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빅데이터에서 주목할 시그널은 바로 ‘전세 통계’다. 전세 거래 흐름은 주택 실수요의 이동 경로이자 부동산시장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징후다.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전세 가격 흐름은 매매 가격 상승 및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2020년 이후 전세 가격 상승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과 기간은 더 크고 길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사기 여파 ‘비(非)자발적 월세화’
이 같은 현상에 혹자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 가속화로 전세의 시장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히 양적 측면에서 월세 거래량은 증가 추세지만 이는 비(非)자발적 월세화가 주된 원인이다. 2022년 이후 부동산시장을 덮친 전세사기 사태는 ‘전세 포비아’로 이어져 비자발적 월세화를 가속화했다. 전세보증사고 금액이 치솟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높였다. 부동산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아파트 혹은 빌라인지, 같은 아파트라도 시세가 뒷받침되는지 여부에 따라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비자발적 월세 시대에 전세 거래가 집중되는 지역은 시장의 신뢰를 받는 우량 입지라고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실거래 통계를 살펴보면 부동산정책 불확실성과 금리 변화에 따라 매매 거래량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만,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세 거래가 몰리는 곳은 어디일까. 수도권에선 서울 강동구와 동작구, 경기 과천의 올해 1분기 전세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하며 안갯속 대기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대규모 정비사업이 물 흐르듯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동구는 1만2000채 규모로 거듭난 둔촌주공 재건축이 마무리된 후 명일동 재건축 단지가 줄줄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동작구는 흑석뉴타운 재개발이 절반 이상 진행돼 흑석9구역과 흑석11구역이 일반분양 채비를 갖췄고, 약 9000채 규모인 노량진뉴타운도 일반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과천은 4·5·8·9·10단지로 이뤄진 마지막 3기 재건축이 2030년까지 줄줄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강동과 동작, 과천의 정비사업단지는 이미 분양가 대비 수억 원 프리미엄이 붙어 입지 가치를 증명했다. 이에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며 청약 당첨을 노리는 대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 전세 거주자는 높은 청약경쟁률에 밀려 당첨되지 못하더라도 인근 아파트를 매수하는 등 훗날 대규모 신축 입주에 따른 후광효과를 누릴 ‘플랜B’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과천 신축 아파트 단지. 뉴스1
경기 과천 신축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송파·동대문, 경기 안양 ‘코어 입지’ 확장
앞선 지역들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서울 송파구와 동대문구, 경기 안양도 전년 동기 대비 20% 수준의 전세 거래량 증가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코어 입지’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 송파구는 잠실, 동대문구는 청량리 역세권, 안양은 평촌 학군이 각각 코어 입지였다. 그런데 올해 1분기 이들 지역의 최다 전세 거래 단지는 송파구의 경우 가락동 ‘헬리오시티’, 동대문구는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안양은 호계동 ‘평촌어바인퍼스트’였다.

헬리오시티가 재건축되기 전 송파구 부동산시장에선 가락동과 잠실동의 격차가 매우 컸다. 하지만 최근 헬리오시티 시세는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 뒤지지 않는다. 대규모 신축 단지가 각광받는 트렌드에 따라 송파구 코어 입지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구에선 청량리 역세권의 초고층 신축 단지가 3.3㎡당 5000만 원에 실거래되며 코어 입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단지는 ‘단지 규모’가 비교적 작은 게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아파트 시장 트렌드는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단지 환경, 규모의 경제에 따른 저렴한 관리비, 각종 입주민 커뮤니티 시설 선호 등이다. 전농동·답십리 생활권에 있는 래미안크레시티, 래미안답십리위브는 준신축이지만 2000채 이상 대형 단지로 청량리 역세권 신축 단지의 2배 규모를 자랑한다. 굳이 초역세권이 아니어도 가성비 좋은 대단지 프리미엄을 누리려는 대기 수요가 동대문구의 코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안양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 마무리되면서 구축 위주이던 기존 평촌 학군 수요가 인근 호계동으로 분산되고 있다. 호계동 신축 대단지의 경우 기존에는 ‘공장 부지’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급성장한 LS그룹 계열사가 몰려 있고 지식산업센터도 대거 들어서면서 직주근접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전세 수요가 급감한 도시도 있다. 인천 계양구와 경기 안성, 서울 중랑구의 올해 1분기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0%가량 감소했다. 인근 지역 대규모 단지 입주로 주거 수요가 이탈한 탓이다. 계양구는 준서울 입지이긴 하지만 인천 역대 최고 입주 물량을 기록한 검단신도시 입주로 주거 수요가 대거 유출됐다. 안성은 브레인시티, 고덕국제신도시, 평택지제역세권, 화양지구 등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평택을 이웃으로 둔 탓에 수요가 줄고 있다. 중랑구는 성북구 장위뉴타운 대거 입주에 따라 미래 수요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인천 계양, 경기 안성, 서울 중랑은 전세 거래 감소
같은 지역에서도 전세시장 희비가 엇갈리는 도시가 있다. 바로 경기 수원이다. 수원 장안구의 올해 1분기 전세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반면, 수원 팔달구는 같은 기간 37% 급증했다. 장안구의 수요 이탈 원인은 ‘코어 입지의 신축 부재’ ‘스쳐 지나간 개발 호재’로 요약할 수 있다. 장안구의 신축 공급량은 수원 다른 지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장안구의 신축 단지 중 유난히 ‘광교’ 이름을 붙인 곳이 많은데, 실제로는 광교신도시 생활권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인접한 수원 권선구에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호재, 팔달구에는 스타필드가 들어선 화서역, 수원발(發) KTX 등 호재가 존재해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2호에 실렸습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OSZ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