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가고 여름은 오는데 하루 종일 거리를 돌아다니며 그날그날의 먹이를 구하다가 저녁이 되면 저물어 가는 해의 그늘을 따라 침침하고 후덥은 토굴(土窟) 거적자리로 기어 들어가는 토굴 생활자가 얼마나 되는가. 서대문과 동대문 두 곳 관내에 대해서는 이미 보도한 바 있으므로 이제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거니와 다음으로 종로경찰서 관내의 통계를 들어보면 총 호수가
15호에 인구가 51명인데, 그 중 40명이 남자이고 11명이 여자이라는데 본정서 관내의 9호 47명과 함께 시내 경찰서 중 가장 적은 수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흩어져 사는 곳을 보면 경운동(慶雲洞) 96번지에 1호 3명이 살고, 원동(苑洞) 241, 27번지 등 관유지 안에 3호 10명이며, 광화문통(光化門通) 1번지 총독부 산림 속에 역시 3호 10명이요, 루하동(樓下洞) 242번지 리완용후(李完用侯) 소유 토지 안에 3호 4명, 서대문 밖 행촌동(杏村洞)으로 넘어가는 성지, 즉 사직동(社稷洞) 보안림(保安林)안에 4호 17명이며 도렴동(都染洞) 105번지 양정고등보통학교 옛터에 1호 일곱 명이 살고 있다는데,
그중 여자와 함께 사는 곳은 경운동과 루하동 사직동 세곳으로 경운동이 한명 루하동이 두명 사직동 여섯명이라하며 움집살이는 움집살이나 어쨌든 순전히 토굴은 아닌 반토굴 반가옥의 움집 생활자가 38호로 전기 15호를 합하면 전부 53호인데 그들의 직업을 들어보면,
▲ 날품팔이 24
▲ 모군 4
▲ 지게군 5
▲ 車夫 6
▲ 職工 5
▲ 雇傭人 7
▲ 行商賣藥等 6
▲ 飮食店 떡장사 3
▲ 도배군 1
▲ 配達夫 1
▲ 상두군 1
▲ 洗濯業 1
▲ 其外 거지若 약간
인데 그 중 제일 수입이 많기는 도배군으로 그는 하루에 일원 50전까지도 벌 때가 있다하며 그와 반대로 지게군 날품팔이 등이 제일 수입이 적은데 운수가 틔여야 50~60전 돈을 벌게 되는 외에는 대개는 30전 내외인데 그나마 날이 궂은 날 같은 때에는 한 푼 벌이를 하지 못하게 되는 때도 있다고 한다.
1925년 5월 13일자 동아일보 기사 “종로경찰서 관내의 토굴빈민 15호 - 가장 많기는 사직골 부근, 직업은 날품팔이가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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