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세 학생 모두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자필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과 해운대경찰서는 21일 오전 1시 39분경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10대 여학생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앞서 이날 오전 0시 15분쯤에는 한 학부모가 “자녀가 귀가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경찰에 소재 파악을 요청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학생들은 같은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 사이로, 전날 오후 11시 40분경 해당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올라 옥상으로 향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이 아파트는 이들 중 한 명의 자택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현장에서는 이들의 가방과 휴대전화가 발견됐으며, 소지품에서는 1~2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각각 나왔다. 또 한 학생의 휴대전화에는 가족에게 남긴 약 1분가량의 짧은 영상도 담겨 있었다.
유서에는 학업에 대한 부담, 대학 입시와 관련된 고민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서에 학교나 교사에 대한 비난이나 친구와의 갈등, 학교폭력 등의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과 주변인에게 ‘미안하고 슬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흔적이 있다”며 “유서는 현장이 아닌 사전에 작성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부산시교육청은 21일 오전 김석준 교육감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해당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중등교육과장을 중심으로 공동대책반을 구성해 학교 내부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 학교는 20년 넘게 사학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임시(관선)이사 체제와 정이사 체제가 반복돼 왔다. 일부 학생들은 “숨진 학생들이 소속된 학과의 강사 14명 중 11명이 올해 초에 교체되면서 학교에 혼란이 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해 어떤 부담을 느꼈는지, 학교 운영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다방면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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