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인생에는 특별히 중요한 질문들이 존재한다.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도 그중 하나다. 물론, 이 질문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행복을 추구할 것인지를 정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자기만족적인 행복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이 여기에 속한다. 흔히 이러한 행복을 ‘주관적인 웰빙’ 또는 ‘개인적인 웰빙’이라고 부른다.
둘째, 품격 있는 행복이다. 품격이라는 단어에서 ‘품(品)’이라는 글자는 ‘구(口)’라는 한자어 세 개로 구성돼 있다. ‘구’는 사람의 입에 해당하므로, ‘품’은 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단, 여기서 세 사람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아닌 다수를 뜻한다. 그리고 ‘격(格)’은 격식을 의미한다. 즉, 품격은 세 사람 이상, 즉 다수에게 잘 들어맞는 행동 방식을 가리킨다. 이런 점에서 품격 있는 행복은 ‘사회적인 웰빙’에 속한다.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이기주의, 범죄, 정신 병리 등과 결합될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의 차원에서 자기만족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한, 이러한 노력은 행복한 삶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의 행복도가 낮은 것은 한국인이 서구인에 비해 자기만족적인 행복을 적게 추구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품격 있는 행복, 즉 사회적인 웰빙을 상대적으로 적게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서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행복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흔히 ‘행복은 내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대답한다. 대조적으로, 개인적인 웰빙과 사회적인 웰빙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들은 행복이 단순히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게 소중한 의미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대답한다. 만약 행복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행복이 나와 소중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단순히 혼자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실제로 변화시킬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품격 있는 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이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떠올려 보라. 그 후 행복에 관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나와 소중한 사람 사이에 있는 행복을 찾기 위해 그 사람과 함께 도전해 보기 바란다. 그다음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행복을 탐색해 본 경험을 나와 소중한 사람들, 즉 세 사람 이상 사이에 존재하는 행복을 찾는 여정으로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 무릇 행복은 내게 기쁨을 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숫자만큼 커지는 법이다!
때로는 품격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힘겹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떠올려 보라. “인간의 삶에는 저마다 독특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 예정된 길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그 결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길에서 이탈하면, 생의 결말도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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