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7서 트럼프 만나는 李… 시험대 서는 ‘실용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8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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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백악관에서 통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동아일보DB
이재명 대통령이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취임 11일 만에 다자 외교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비상계엄 후 6개월 동안 멈춰섰던 정상외교를 재개하는 자리다. 이 대통령으로선 동맹 및 우방국 정상들을 만나 친교를 맺으면서 자신의 구상인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 시동을 걸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대통령으로선 시험대에 오르는 측면이 강하다. 이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형식으로든 회담을 하게 될 경우 민감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다. 가령, 관세 부과 유예 시한(7월 9일)이 1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관세 및 투자 협상 방향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이고, 주한미군 수 재조정과 같은 트럼프의 구상에 대한 의견도 나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강조했다. 한미동맹은 격상시키고, 견고한 한일관계를 지향하고, 한중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전임 정부가 ‘가치 외교’의 이름으로 한미동맹에 올인하느라 소원해진 대중국 외교를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미중 양쪽의 마음을 동시에 얻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안미경중(安美經中) 시대의 종언’을 거론한 것이 단적인 예다. 안보는 미국과 손잡고, 경제는 중국과 더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뜻을 담은 표현인데, 이런 식의 외교는 용인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방어가 아닌 중국 억제로 확대하려 하고, 우리 첨단제품의 대중 수출을 더 제한하고 싶어 한다. 미국이 이를 관철하려 할 경우 중국은 반발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격상시키는 동시에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와 같은 외교 구상이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G7 다자회의에 데뷔하는 이 대통령으로선 실용외교 구상을 현실에 맞게 가다듬을 기회를 맞게 됐다. 그 경우 사활적 이익이 걸린 한미동맹 강화가 첫 번째 기준이어야 한다. 세계 질서 격변기라고 달라질 수 없는 원칙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3년 넘게 교유하며 윈윈하는 한미동맹을 만들어 갈 책무가 있다. 첫 만남에서 상호 신뢰를 쌓고, 불필요한 오해가 있었다면 해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변국과의 호혜적 관계 개선도 G7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균형감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G7 정상회의#국익 중심 실용외교#한미동맹#한일관계#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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