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는 하얀 도화지 / 레는 둥근 레코드 / 미는 파란 미나리 / 파는 예쁜 파랑새 / 솔은 작은 솔방울 / 라는 라디오고요 / 시는 졸졸 시냇물 / 다 함께 부르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에서 주인공 마리아가 폰 트랩 대령 7남매에게 ‘도레미송’을 가르쳐 준다. 서양 음악 기초인 7음계를 재미있는 비유로 알려 주는 이 노래는 세계적으로 히트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글로 개사돼 널리 불렸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처음 배우는 것도 ‘도 레 미 파 솔 라 시’라는 계이름이다. 이 계이름은 각각 어떻게 지어졌을까.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음악을 배우려면 선생님이 불러 주는 멜로디를 하나하나 다 외워야 했다. 한 곡을 완전히 외우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했고, 사람마다 음을 다르게 기억해서 멜로디가 바뀌는 일도 많았다.
유럽 중세 시대 들어 점과 선 같은 기호를 사용해 음의 높낮이를 기록하는 네우마(neuma)가 쓰이기 시작했다. 네우마란 그리스어로 제스처라는 뜻이다. 멜로디 흐름을 가르치던 지휘자 손짓을 종이에 옮겨 놓은 것이다.
중세 그레고리오 성가는 한 사람이 부르는 단선율 음악이다. 네우마로 표기하면 앞 음보다 뒷 음이 조금 더 올라간다거나 내려간다는 정도만 알 수 있다. 여전히 정확한 음을 표기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 점차 여러 성부로 된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지면서 화음도 생기고 구성도 훨씬 복잡해졌다. 무반주로 부르는 다성음악 성가가 아카펠라(acapella)다. 예배당을 뜻한 단어 카펠라(capella) 앞에 ‘a’를 붙여 예배당풍 노래를 뜻한다.
11세기 초 이탈리아 베네딕트 수도회 수도사 귀도 다레초(992∼1050)는 수도원에서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부르는 성가를 더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악보에 그은 선에 네우마를 정리해서 멜로디 높낮이까지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그는 4개의 선을 그은 4선 악보(이후 5선 악보로 발전)를 만들고 계이름을 창시했다.
그는 일곱 줄로 된 ‘성 요한 찬미가’ 라틴어 가사 가운데 여섯 번째 줄까지 각 줄 첫 음절이 한 음씩 차례대로 올라가는 음계의 여섯 음과 대응한다는 것에 착안해, 이 여섯 음절을 따서 계이름을 ‘ut, re, mi, fa, sol, la’로 정했다. 우트(ut)는 나중에 라틴어로 하느님을 뜻하는 도미누스(Dominus)의 ‘도(do)’를 따와서 바꿨다. ‘시(si)’는 나중에 가사 일곱 번째 줄에서 응용해 만들어졌다. 서양에서도 언어마다 계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도 대신에 ‘위트(ut)’도 사용하며 영어에서는 시 대신 ‘티(ti)’라고도 한다. 오늘날 7음계 5선 악보로 발전한 귀도의 기보법은 10년 걸리던 성가 공부를 1년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이었다고 한다.
QR코드를 스캔하면 26일 채널A에서 방송된 브레인 아카데미 ‘역사편’ 관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음악편’은 7월 3일 오후 10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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