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중증 췌장질환, 장애 인정해 혜택 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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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한국소아당뇨인협회가 주최하고 대한당뇨병연합과 국제만성질환정책재단이 주관한 ‘내부장애-췌장질환 등록을 위한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가 열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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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한국소아당뇨인협회가 주최하고 대한당뇨병연합과 국제만성질환정책재단이 주관한 ‘내부장애-췌장질환 등록을 위한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가 열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mail protected]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10년이나 기다렸는데…. 될 듯 말 듯 그게 더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는 전문가와 환자 중심으로 중증 췌장질환을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중증 췌장질환은 다 장애로 인정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췌장은 소화를 돕고 혈당을 조절하는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다. 따라서 췌장 기능을 상실하면 전신에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1형 당뇨병(소아 당뇨병)이 대표적인 중증 췌장질환이다.

필자가 이미 3년 전부터 수차례 당뇨병 관련 단체 및 전문가들과 함께 지면을 통해 다뤄 온 내용이다. 1형 당뇨병은 뜻하지 않게 불가역적으로 췌장 기능이 파괴돼 환자 생존을 위해 평생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사자는 학교나 직장에서 불편과 불이익을 경험해 오고 있다. 1형 당뇨병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는 장애 요건, 즉 △회복되지 않는 신체 손상 △이로 인한 기능 약화와 손실 △사회적 불리함 등에 다 해당되는 중증 췌장질환이다.

하지만 중증 췌장질환은 장애 인정 기준에서 제외돼 있어 환자들은 의료 지원 외에 질환 심각도에 걸맞은 법적 지원과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전엔 장애에 대해 편견, 낙인 때문에 장애 등록에 대해 꺼려 한 측면이 많았다.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 등록 찬반에 대해 응답자(환자 및 보호자 900여 명)의 97.1%가 ‘치료비 부담 감소’를 이유로 장애 등록에 찬성했다. 중증 췌장질환 환자들은 다양한 합병증에 노출되면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 장애인 수당 지급 등 경제적 혜택과 취업 혜택을 이유로 꼽은 응답자도 많았다. 물론 장애 등록에 반대하는 2.9%의 응답자들은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아르바이트 또는 취업 시 불이익, 사회적 편견을 우려했다.

대다수 환자가 찬성한 이유는 장애를 부정적인 낙인보다는 적절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의 근거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러한 현상을 이끄는 걸로 보인다. 이처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개선되면서, 중증 췌장질환 이외에도 장애로 인정해 달라는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장증후군이 대표적이다. 단장증후군은 여러 이유로 작은창자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짧아져, 정상적인 소화가 불가능하고 간과 신장 등의 기능부전으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1000명 정도 있는 극희귀 질환이다.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키는 질환으로 환우회 중심으로 이 질환 역시 장애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장애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거쳐야 될 난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와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실 등 관련 부서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송재경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정부 차원에서 췌장질환 장애 인정에 대한 정책적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속히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고민과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채우석 국민연금공단 장애지원실장은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인 등록 체계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며 “새로운 질병의 확대는 새로운 제도를 위한 각종 서류 준비와 전문의 확보 등 난관이 있을 수 있어 준비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질병에 따른 각기 다른 상황과 요구에 부합하는 세부 기준 마련과 행정적인 실행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엔 동의한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도 변하고 있고 장애의 조건에 해당되는 대다수 환자도 원하고 있다. 점점 커지는 장애 인정 요구와 달라진 눈높이 장애 행정에 분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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