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가격 올리고 보안은 소홀… 명품의 안일한 정보 보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9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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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까르띠에는 고객 개인정보의 안전과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고객 데이터의 기밀 유지와 보안은 디올 하우스의 최우선 순위입니다.”

이는 최근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까르띠에와 디올이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보낸 메일에 담긴 내용이다. 유출 사고 인지부터 이후 대응 과정을 보면 과연 이 회사들이 고객 정보 보안을 최우선 가치와 순위로 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3일 스위스 기업 리치몬트 산하 까르띠에는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3일엔 세계 최대 명품 그룹으로 꼽히는 프랑스 기업 LVMH(루이뷔통모에에네시) 산하 디올도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같은 달 26일에는 LVMH 산하 보석 브랜드 티파니에서 일부 고객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e메일 외에 고객들이 민감해할 수 있는 구매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올과 티파니, 까르띠에는 사고 인지와 공지, 관계 당국 신고 모두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디올은 1월 26일 발생한 유출 사고를 약 100일이 지난 지난달 7일에서야 인지했다. 인지한 후에는 고객들에게 바로 알리지 않고 6일이나 지난 13일에 홈페이지에 유출 사실을 공지했다. 티파니는 4월 8일 유출 사고가 발생했지만 한 달이 넘어서야 해당 사실을 인지했고, 까르띠에는 언제 사고가 발생했는지 아직 파악조차 못 한 상태다. 작년에는 LVMH 산하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가 해킹 공격을 받아 2900여 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태그호이어는 이런 사실을 수년간 인지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5월 해커의 협박으로 알게 된 후 당국에 신고하고 고객들에게 알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의 보안 관리가 이렇게 허술한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들의 반복적인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으로는 부실한 보안 관리와 미흡한 정보 보호 인식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지사에서 내부 정보 보안 책임자나 담당 부서를 두지 않은 채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에만 의존해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매력 높은 명품 고객의 정보는 해커들의 집중 표적인 만큼 명품 브랜드는 보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보안 전문가는 “명품 업체들은 대부분 보안 관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보안 인식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보안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명품 업체들은 매년 수차례 가격 인상을 이어 가고 있다. 까르띠에는 올해 들어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각각 6%가량 올렸고, 티파니앤코도 2월 일부 제품 가격을 5% 올렸다. 디올과 티파니가 작년에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각각 9453억 원, 3779억 원이나 된다. 해외 명품 업체들은 명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다 책임감을 갖고 고객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

#고객 개인정보#유출 사고#보안 관리#명품 브랜드#LV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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