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여자가 된다는 것[이은화의 미술시간]〈372〉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8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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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여느 왕들처럼 프랑스 루이 15세도 왕비 외에 정부를 여럿 뒀다. 그중 퐁파두르 부인은 유부녀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20년간 왕의 공식 정부로 지냈다. 대체 그녀에겐 어떤 매력이 있었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왕의 여자로 있었던 걸까?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퐁파두르 부인’(1756년·사진)에서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셰는 루이 15세의 수석 궁정화가로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를 일곱 점 이상 그렸다. 그림에는 초록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묘사돼 있다. 본명은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 파리의 부유한 평민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야망 덕에 1745년 루이 15세의 공식 정부로 임명됐다. 이 초상화가 그려질 당시 그녀는 왕비였던 마리아 레슈친스카보다 궁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퐁파두르 부인은 영리했다. 외모는 한순간임을 알기에 지성과 교양으로 스스로를 무장했다. 그림에서 손에 책을 든 것도 자신의 지적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실제로도 그녀는 3500권 이상의 책을 보유한 개인 도서관을 갖고 있었다. 그림 오른쪽의 깃펜은 볼테르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들에 대한 후원을, 왼쪽 하단에 있는 건축 도면은 건축에 대한 후원을 암시한다. 부인 발치에 앉아 있는 개는 그녀의 반려견 미미로, 루이 15세에 대한 충성심과 충실함을 상징한다. 개 옆에 있는 두 송이의 장미는 왕과 퐁파두르 부인과의 사랑을 의미한다.

이렇게 화가는 후원자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 화려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지적이며 충직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녀를 표현했다. 그가 부인의 초상화를 계속 그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퐁파두르 부인은 부셰 같은 예술가들을 후원해 화려하고 장식적인 로코코 예술을 꽃피웠다. 비록 왕비는 되지 못했지만, 로코코의 여왕이 됐다.

#퐁파두르 부인#프랑수아 부셰#루이 15세#로코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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