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 앞. ‘기준’(소지섭)은 동생 ‘기석’(이준혁)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한 뒤 싸움터로 걸어 나간다. 광장엔 적이 가득하지만 기준의 표정은 무심하다. 상대를 얕보는 듯 검은 장갑을 낀 채 주먹만으로 상대를 때리고, 던지고, 제압한다. 한 조폭이 쓰러지자 다른 조직원들도 달려들지만 기준은 망설임 없이 맞선다.
● ‘존 윅’인가 ‘마석도’인가
드라마 ‘광장’ 스틸컷6일 공개된 넷플릭스 7부작 드라마 ‘광장’은 스스로 조폭 세계를 떠났던 기준이 조직의 2인자인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11년 만에 돌아오는 이야기다. 죽음의 배후를 파헤치고 복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이 두드러지는 누아르 작품.
드라마 속 기준은 ‘천하무적’이다. 주먹 하나로 조폭 세계를 지배한다. 가끔 상대에게 맞기도 하지만 대체로 머뭇거림 없이 나아간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전설적인 킬러를 연기한 ‘존 윅’ 시리즈가 떠오르는 스타일리시한 액션”이라는 시청자 반응들이 나온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마동석)을 연상케 하는 화끈한 액션이란 반응도 적잖다.
2020~2021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 원작만화는 사뭇 달랐다. 웹툰 속 기준은 ‘처절한 싸움꾼’이다. 다리를 저는 탓에 상대에게 더 많이 맞으면서도, 이기기 위해서라면 다소 거칠고 때론 비열한 방식도 마다 않는다. 그만큼 필사적이었다.
드라마 액션 장면이 호쾌한 분위기로 각색된 데에는 글로벌 시청자를 의식한 전략이 숨어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소수의 원작 팬보다 다수의 시청자를 겨냥한다. 원작의 처절함을 덜어내더라도 해외 시청자 확보에 유리한 액션을 강조한 것. 드라마 해외 배급명이 ‘Mercy for None’(자비는 없다)로 핏빛 복수란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우 안길강(왼쪽부터)과 공명, 이준혁, 소지섭, 추영우, 조한철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로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광장’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장’은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광장 세계를 떠났던 남기준(소지섭)이 조직의 2인자였던 동생 남기석(이준혁)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복수를 위해 그 배후를 파헤치는 누아르 액션으로 오는 6일 첫 공개 예정이다. 2025.6.5 (서울=뉴스1)드라마는 ‘광장’의 개념도 확장시켰다. 원작 웹툰에선 이야기의 핵심 싸움이 벌어졌던 국회의사당 앞 광장을 가리켰다. 드라마는 ‘광장 결투’를 1화 오프닝에 짧게 등장시킨 뒤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광장은 ‘어둠의 세계’를 통칭하는 은유가 됐다. 최성은 감독은 5일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의 스토리 외연을 확장하고 재해석하는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기준의 직업도 바뀌었다. 원작에서 기준은 조폭 세계에선 빠져 나온 뒤 주류 배달원으로 일하며 속세에서 산다. 반면 드라마에선 깊은 산속 캠핑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숨어든 ‘은둔자’ 기준의 심리가 두드러진다. 소지섭 배우는 “기준이는 말보다는 행동, 눈빛으로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다. 행간을 잘 채우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9일 기준 글로벌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글로벌 TV쇼 부문 3위에 올랐다.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에선 1위를 차지하는 등 동남아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광장’ 스틸컷미국 대중문화전문매체 ‘콜라이더’는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근접 격투로 밀착감과 현실감을 높여 영화 ‘올드보이’의 복도 싸움 장면이 떠오른다”며 “격투 장면은 생생하고 피투성이이며 강렬하다. 소지섭은 내면의 ‘마이클 마이어스’(영화 ‘할로윈’ 시리즈의 살인마 캐릭터)를 불러내 수십 명의 적을 제압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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