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마비되고 눈앞에 귀신…‘가위눌림’ 어떻게 대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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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6월 11일 0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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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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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몸은 움직이지 않는데 의식만 또렷하고, 눈앞에는 괴물이나 귀신 같은 존재가 보였던 경험이 있는가? 한국에서는 이를 흔히 ‘가위눌림’이라 부르지만, 과학적으로는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는 이름의 수면 장애다.

뇌는 깼지만, 몸은 아직 잠들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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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캘리포니아대 매튜 워커 신경과학자의 인터뷰를 인용해 “수면마비는 수면과 각성 상태가 충돌하는 교통체증 같은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증상은 렘(REM) 수면 단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시기 뇌는 각성에 가까운 활동을 보이지만, 몸은 꿈속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마비 상태에 놓인다. 이러한 마비는 수 초에서 길게는 20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평생 한 번 이상 수면마비를 경험하며, 이 중 절반 가까이는 강렬한 환각을 동반한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발란드 잘랄 박사는 “수면마비 환자의 약 90%는 매우 생생하고 극도의 공포를 유발하는 환각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귀신, 괴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대표적이다.

‘악마’가 보인다고? 문화 따라 달라지는 환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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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랄 박사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수면마비 환자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환각의 내용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집트나 이탈리아에서는 ‘마녀’나 ‘사악한 지니’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실제로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반면 덴마크, 폴란드, 미국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비현실적인 해석을 덜 하고, 공포감도 약한 편이다.

잘랄 박사는 “뇌가 ‘왜 몸이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인지적 착오가 무서운 환각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다행히 수면마비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다. 대부분은 일상 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예방 가능하다.

워커 박사는 “7~9시간의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이 수면마비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인지행동치료(CBT), 약물치료,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

수면마비 50% 줄인 ‘명상 이완 치료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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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랄 박사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명상 이완 치료법(MRT)’을 개발했다. 그는 이 치료법을 통해 수면마비 발생 빈도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주장하며, 현재 대규모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치료법은 다음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 현실 인식 : 지금 겪는 현상은 흔하고,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
▶ 감정 거리두기 : 뇌가 장난을 치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스스로에게 상기
▶ 긍정 이미지 집중 :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기도,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
▶ 근육 이완 : 몸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최대한 힘을 빼고 기다리기

전문가들은 수면마비를 “뇌의 일시적 오류”라고 표현한다. 귀신이나 초자연 현상이 아닌, 신경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일상적 수면 현상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이해와 대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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