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근현대미술전’… 1900~1990년대 총 255점 전시
작품 5점 이상 모은 ‘작가의 방’… 인터뷰-도록-의자 둬 방처럼 구성
근대 초상화-풍경화-한국화 외에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 작품 등
완성도 높은 근현대 작품 한눈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소장품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작품. 위쪽부터 아래 방향으로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73년)와 박생광의 ‘무속 4’(1980년), 이불 작가의 ‘스턴바우 No.9’(2009). 국립현대미술관 제공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명하는 상설 전시의 전체 모습이 MMCA 과천에서 공개됐다. 지난달 1일 MMCA 과천은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이 개막하며 1900∼1950년대 미술 작품 145점을 먼저 소개했다. 25일 공개된 ‘한국근현대미술 II’는 1950∼1990년대 작품 110여 점을 전시한다. MMCA가 조명한 20세기 한국 미술은 어떤 작품들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정의되는 걸까.
● ‘작가의 방’을 주목하라
미술관의 20세기 소장품 상설전은 2020∼2022년 MMCA 과천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전’을 통해 선보인 적 있다. 당시 전시와 이번 전시에서 먼저 눈에 띄는 차별점은 전시장 중간마다 마련된 ‘작가의 방’이다. 전시장의 다른 곳에는 한 작가의 작품이 1, 2점 전시되는 것과 달리, 작가의 방은 한 작가의 작품을 최소 5점 이상으로 구성했다. 영상 인터뷰나 도록, 의자를 비치해 진짜 하나의 방처럼 공간을 구성했다.
미술관은 ‘방’으로 초대한 작가들을 앞으로 1년마다 교체할 예정이다. 이번 첫 전시에선 오지호, 박래현, 김기창, 이중섭, 김환기, 윤형근이 선택됐다. 이를테면 오지호의 방에는 인상파 화풍으로 한국의 초가집을 담은 ‘남향집’이나 미완성 유작 ‘세네갈의 소년들’ 등 대표작 15점이 소개됐다. 도록을 볼 수 있는 소파도 마련됐다.
상설 전시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인데, 백남준이나 이우환처럼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작가는 왜 ‘작가의 방’ 목록에 오르지 못한 걸까. 이는 미술관의 소장품 규모나 전시 가능 여부 등 현실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시대를 보는 눈’ 전시 때는 외부 대여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으로만 구성해 더욱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 측은 “1년마다 작가의 방이 교체되는 만큼 향후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이불 ‘스턴바우 No.23’ 첫 공개
또 이번 상설전은 근대 초상화나 조선 명승 유적을 담은 풍경화, 1980년대 한국화,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 등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미술관 소장품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현주 학예연구사는 “전체적으로 전시는 시대나 사조 흐름을 크게 바탕에 두고 있지만, 주요 사조나 양식사에서 배제되거나 주목하지 못한 부분을 ‘주제’로 들여다보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남관 ‘태양에 비친 허물어진 고적’과 최욱경 ‘환희’, 이신자 ‘노이로제’, 황창배 ‘20-1’, 서용선 ‘청계천에서’ 같은 작품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주요 사조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이다. 이불의 ‘스턴바우 No.23’은 올해 초 미술관이 새롭게 소장한 작품이다.
아쉬운 점도 명확하다. 작품들을 전시하는 주제는 시간 순서에 따라 배치됐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시기는 추상이나 구상 등 그림 속 주제를 조명하고, 어떤 때는 한국화와 유화 등 매체에 초점을 맞췄다. 20세기 한국 미술사를 재구성했다기보단 MMCA 소장품을 시대순으로 분류한 전시에 가깝다. 따라서 명확한 가치를 기준으로 정리된 한국 미술사를 살펴보기보다는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을 훑어 본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소장품을 다시 연구하고 돌아보며 분류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빠진 작품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비어 있는 것은 적극 소장하려 노력했다. 이불 작품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