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때 육상대회서 ‘덜컥’ 우승 韓기록 보유 김국영도 3년 전 눈독 지난해 세운 10초30 개인최고기록 186cm 81kg 체격에 근력 뛰어나
한국 남자 육상 100m의 미래로 떠오른 나마디 조엘진은 27일부터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 구미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조엘진이 육상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모습. 700크리에이터스 제공
남자 육상 100m 한국기록(10초07) 보유자인 김국영(34)은 3년 전 유튜브에 이런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한 고등학생의 레이스를 분석하면서 “발전 가능성이 정말 크다. 고교 1학년 때 기록이 나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김국영이 극찬한 선수는 한국 단거리의 미래로 떠오른 나마디 조엘진(19·예천군청)이다. 2006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지은 그의 이름은 보배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세례명 ‘조엘’에 한자 ‘진(珍)’을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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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한국기록 보유자인 김국영은 3년 전 자신의 유튜브에 ‘5년 뒤 이 선수라면 100m 9초대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조엘진을 소개했다. 위 사진은 해당 영상의 섬네일(미리보기 용도 이미지). 김국영 유튜브 화면 캡처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던 조엘진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반에서 달리기가 빠르다는 이유로 한 육상 대회에 나갔다가 덜컥 우승했다. 이후 초등학교 육상부 코치의 권유로 육상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키 186cm, 몸무게 81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조엘진은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경수 육상 국가대표팀 코치(45)는 “조엘진은 타고난 근력이 좋아 레이스 후반부로 갈수록 스피드가 향상된다. 다만 스타트가 느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수와 함께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조엘진은 기록 향상을 위해 하루에 7시간가량 훈련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기록을 새로 쓸 때 정말 짜릿하다. 그게 육상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엘진은 ‘미국 육상의 전설’ 칼 루이스(64)가 감독으로 있는 미국 휴스턴대 유학을 추진 중이다. 그는 “육상 강국인 미국에서 훈련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조엘진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는 부모님이다. 조엘진이 성인 국가대표가 된 뒤 가장 먼저 전화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조엘진의 어머니는 “‘엄마, 내가 해낸다고 말했지?’라던 아들의 환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감격스러웠다. 아들에게 ‘엄마도 네가 해낼 줄 알았어’라고 말한 뒤 함께 울며 기쁨을 나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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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진의 부모님은 아직 경기장에서 아들의 레이스를 본 적이 없다. 아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감정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서다. 그 대신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반드시 현장 관람을 하겠다고 아들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조엘진은 “부모님을 경기장으로 모시기 위해 정신적으로 더 강한 선수가 되고 싶다. 언젠가는 부모님이 지켜보는 앞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조엘진은 27일 구미시민운동장에서 개막해 31일까지 열리는 구미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m와 남자 400m계주에 출전한다. 한국 남자 400m계주 대표팀은 11일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에서 성인 국가대표로 첫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조엘진의 활약을 앞세워 한국기록(38초51)을 작성했다. 조엘진은 “100m에선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고 싶다. 계주에선 형들과 함께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구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